대학원에서 교육심리학을 공부할 때, 교수님이 가장 강조한 것이 학생들의 인지양식에 관한 것이었다. 학생들의 학습의 효율을 높이기 위하여 각 학생들이 정보를 인식하고 정리하는 특성을 잘 알아야 한다고 늘 강조했다. 특별히 교수님은 장의존적/장독립적 인지양식을 매우 중요시했다(시험문제로 출제되었다). 이 개념은 상식적인 것 같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매우 실용적이어서, 학생들에게 적용하여 학습시키면 교수효과가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된다.
주일 학교와 일반 학교는 그 목적과 성격이 다르지만, 가르치는 데 있어서는 공통적이기에 일반 교육학에서 교수법을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 인용한다. 우리 어린 심령에게 신앙을 잘 교수할 수 있다면야 무엇을 못하겠는가.
장의존적/장독립적 인지양식
여러 유형의 인지양식 중에서 심리학자와 교육학자들이 가장 많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장의존적성(field dependence)과 장독립성(field independence)이다. 1940년대 초 위트킨은 어떤 조정사는 구름 속으로 비행해 들어가서 나올 때 수직하강 방향으로 나오는데 자신의 비행방향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전체 시각장(visual field)에서 바른 방향의 자세를 어떻게 식별하는가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즉 수직의 지각과 관련된 변인을 연구하면서 주어진 상황에서 정보를 받아들이는 양식에 개인차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장의존적인 사람은 사태를 지각할 때 그 사물의 배경, 즉 주변상황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으로서 덜 분석적이며 자극을 직관적으로 지각하고 인지한다. 또 주어진 대상을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경향이 있으며, 사태의 구조가 결여되어 있을 때 사태를 분석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지각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장의존적인 사람은 사태를 지각할 때 그 사태의 배경이 되는 주변상황의 영향을 받지 않거나 적게 받는다. 즉 사신의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이나 시계를 보다 분화된 방식으로 받아들이며 자신이 경험한 것을 잘 분석하고 구조화한다. 따라서 복잡한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에게 관심이 있는 요소와 불필요한 요소를 구부하고, 그들 간의 상호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자극을 지각하고 인지한다. 그리고 자아와 자아가 아닌 것을 엄격히 구별하려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자기지향적이어서 주어진 정보나 단서를 내적인 준거체제에 따라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장의적인 사람은 사회적 상호관계에 관심을 기울이는 반면에 장독립적인 사람은 과제지향적이다.
장의존적/장독립적 인지양식은 생의 발달과정에서 변화한다. 어린이들은 일반적으로 장의존적이지만 그들의 독립성은 성인이 되면서 증가한다. 성인 특히 교육받은 성인은 그렇지 않은 성인에 비하여 더욱 장독립적이다. 성인기 이후에는 장독립성은 점차로 감소하여 노년기에는 젊은이들 보다 더 장의존적이 되는 경향이 있다.
장독립성은 형식교육의 양에 비례한다. 어릴 때 장의존적인 경향이 있는 아이가 교육을 받으며 성인이 되면 장독립적인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성별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어서 남자 어린이가 여자 어린이보다 더욱 장독립적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자립심과 호기심을 장려하고, 동조와 복종을 강요하지 않으면서 양육하면 더욱 장독립적인 어린이가 된다.
각각의 인지양식에는 장단점이 있지만 학교교습에 관한 한 장독립적인 학생에게 더 많은 장점이 있다.
장의존적인 사람은 사회적 상호관계와 같은 사회적 정보를 잘 기억한다. 이런 사람은 사회지향적이어서 다른 사람의 감정과 사고에 민감하며 사려 깊은 행동을 취하여 집단생활에서 조화를 이룬다. 반면에 장독립적인 사람은 복잡하고 비구조화된 자료를 더 잘 분석하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러한 자료를 잘 조직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장독립적인 학생의 학업성취도가 더 높은 경향이 있다. 학습과제가 구조화되어 제시될 때에는 장의존적 학생과 장독립적 학생간의 학업성취에 차이가 없으나, 자료가 구조화되지 않은 상태로 제시될 때에는 장독립적인 학생의 성취가 휠씬 높았다.
각 학생들의 인지양식이 어떻게 다른가를 반드시 알 필요가 없다고 하더라도 학생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접근방법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교사는 알아야 한다. 어떤 학생은 학교공부에서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별하는데 다른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할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학생들이 지능이 낮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 학생은 문제를 전체적인 관점에서 해결하려 하기 때문에 세부사항을 분석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뿐이다. 이러한 학생들은 덜 구조화된 사태에서는 불리하며 문제해결의 각 단계마다 분명한 지시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학생들은 사회적 사태에서의 수행이 뛰어나지만 자기 혼자서 수행하여야 할 과제에서는 동기가 덜 유발된다. 반대로 다른 학생들은 조직화를 잘 하지만 다른 사람의 감정에는 민감하지 않은 편이며 사회적 사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
장의존적 학생의 학습특성
-사회적 내용을 다룬 자료를 학습하는 능력이 높다.
-사회적 정보를 잘 기억한다.
-외부에서 설정한 구조, 목표 및 강화를 필요로 한다.
-외부의 비평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비구조화된 자료를 학습하는 데 크게 어려움을 겪는다.
-기억전략을 학습할 필요가 있다.
-주어진 조직을 받아들일 뿐 재조직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문제해결 방법에 대해 보다 명료한 지시를 필요로 한다.
장독립적 학생의 학습특성
-사회적 내용을 다룬 자료에 집중하는 데 도움을 필요로 한다.
-사회적 정보를 이해할 때, 맥락 이용 방법을 학습할 필요가 있다.
-목표와 강화기준을 스스로 설정한다.
-외부의 비평에 영향을 적게 받는다.
-구조화되지 않은 사태를 구조화할 수 있다.
-사태를 분석하고 재조직할 수 있다.
-지시자의 명료한 지도 없이도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다.
인지양식은 어느 것이 좋고 나쁘다고 할 수 없다. 다만 각기 다른 현실생활 속에서 각자의 인지양식을 어떻게 적응시키느냐에 따라 판단할 수 있을 뿐이다. 장의존적인 학생은 대학에서 인문과학, 사회과학, 교육학과 같이 전체적인 시각에서 접근하여야 하는 학문영역을 전공으로 선택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이와는 반대로 장독립적인 학생들은 대학에서 수학, 자연과학, 공학과 같이 고도의 분석적 사고를 요구하는 학문에 매력을 느끼며 관심을 기울인다.
대학생들이 전공학과와 인지양식이 일치하지 않을 때, 중도에서 포기하고 전공을 바꾸어 새로 입학하거나 대학원의 석사과정에서 전공을 변경하는 경우를 장의존적-장독립적 인지양식의 견지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교사도 각자 자기 나름대로의 인지양식을 갖고 있으며, 이것이 학생을 가르치는 방법에 영향을 미친다. 장의존적 교사는 가르치는데 있어 인간관계를 강조하며, 틀린 대답에 대하여 비판을 적게 한다. 반면에 장독립적인 교사는 학급운영과 학습자료를 자신의 취향대로 조직하기를 좋아하고 학생으로부터 오는 정보에 대하여 둔감하며 학생들의 틀린 대답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학교교육에서의 심리학>, 조원호, 국민대학교 출판부, pp.60-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