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를 다시 공부하고 있다.
교육방송에서 책소개를 하는 프로를 듣다가 시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적인 CEO들은 요즘 시와 그림 공부에 한창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시와 그림을 통해 창조성과 창의성의 영감을 받기 때문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스티브 잡스는 영국의 화가이자 초현실주의 시인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애독자라고 한다. 그에게 영감을 받아 잡스는 아이패드와 아이폰을 개발했던 것 같다.
특히 CEO들은 시에서 창의성을 얻는다고 한다. 그 이유는 시인들의 사고관, 세계관 때문이다. 시인들은 정밀한 관찰을 한 후 그것을 모두 의인화 시킨다. 모두 사람으로 치환시킨다. 예를 들어 유선전화를 의인화시키면, 전화줄에 메여있는 수화기를 보면 시인은 구속의 억압을 느낀다. 그래서 전화기에서 선을 제거해버린다. 시인이 의자를 의인화 시키면 의자 다리에 바퀴가 달린다. CRT모니터의 무거운 머리를 LCD의 가벼운 머리로 바꿔어준다. 2DTV는 3D TV로 바뀐다.
이런 식으로 시인은 모든 대상을 의인화 시켜 세상을 새롭게 창조한다. 그런데 이런 시각은 놀랍게도 아이들의 세계관이라고도 한다. 따라서 어른들은 아이들의 의인화된 시각을 계속 유지시켜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어야 한다고 한다. 그런 아이들이 커서도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방송을 듣고 시에 대한 궁금증이 너무나 커졌다. 그래서 학부시절 사 놓았던 '시론'책들을 닥치는 대로 탐독했다.
문학을 전공했지만, 서른 중반이 다 되어서야 시론책을 읽다니...좀 한심했다. 하지만 시를 조금 공부해보니 너무나 신선하고 신비로워서 그 매력에 한동안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대학교 2-4학년 때(감사교회에 오기 전) 써 놓았던 시들 몇 편을 발견했다. 참 감회가 새롭다. 약간 수정해 보니, 읽기가 그래도 조금 수월해졌다.
이제 다시 시를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시편을 신선하게 묵상할 수 있을 것 같다.
얼음무지개가 녹을 때
||:이슬비 색시비 곱고 있지요
빨강잎엔 빨강비 파란잎엔 파랑비:||
누이의 콧노래에 잠이 깬 소년은 바깥으로 소리를 따라갔다.
누이가 마루에 앉아 소년에게 "얼음무지개가 녹았어"라고 말해 주었다.
누이와 소년은 일곱 색깔 비를 맞으며 마당에서 들로, 산으로 한참을 뛰어 다녔다. 비가 그칠 때까지 뛰어다닌 남매는 천천히 집으로 향했다. 그들 뒤로 파란 하늘이 펼쳐지며 투명한 무지개가 마지막 물기를 하늘로 날려 보내고 있었다. 하늘로 날아가던 무지개 빛 물방울은 일곱 색깔 새가 되어 남매가 모르는 나라로 멀리멀리 날아갔다
일곱 색깔 비가 온 뒤 남매의 동네는 온통 형형색색으로 물들었다. 소년과 누이의 친구들은 방과 후 진달래를 따러 산으로, 들로 쏘아 다녔다. 그것이 싫증나면 남자아이들은 "개나리 노란 꽃까신 하나 가지런히 놓여있는 꽃그늘 아래~"를 부르며 고무줄 하는 여자애들의 치마를 걷어 올리거나 고무줄을 끊고 도망가며 하하하...하하하...
저녁 어스름이 뒷동산머리까지 차오를 때 소년과 누이는 집으로 향했다. 저 앞으로 보이는 소년의 집 굴뚝에서는 밥을 짓는지 흰 연기가 솔솔 올라오고 있었다. 집에 도착한 오누이는 깨끗이 씻고 그 싱그러운 얼굴로 엄마가 해주신 봄나물과 냉이국으로 한 것 배부른 배를 내밀며 뒹굴다가 가방을 싸고 잠을 잔다.
창문으로 빗소리가 들렸다. 잠이 깬 난 왠지 허전했다.
누이의 노래 소리가 이맘 때 꼭 들렸었는데...
가방을 싸고 반지하 자취방에서 나와 학교에 가려니 우산이 없었다.
한숨을 쉬며 신문으로 머리를 가리고 뛰기 시작했다.
부식되는 것이 싫었다.
일곱 색깔 무지개가 녹아내린 봄비는 이제 소생의 그것이 아니다.
일곱 기름기가 배인 이 액체는 모든 걸 소멸시킬 뿐이다.
혐오, 혐오스런 액체가 도심을 녹이는 걸 도서관 창밖으로 보노라니,
왠지 눈물이 났다.
그렇지만 얼음무지개의 잘못은 아니지.
도심의 소멸은,
그래 어쩌면 자연의 부활일지도 모르지.
그래, 그럴거야...하지만
밖으로 나가자
순식간에 살덩이가 기름비에 녹아 시궁창 속으로 흘러내려 갔다.
-98.3.19. 봄비를 맞으며 학교를 가다가 절망을 느끼다
최루탄
어스름한 창밖에서 휘감아 돌던 매운 바람이
누군가 열어 놓아 둔 창틈으로 들어와,
웃고 있는 내게 다가왔다.
쉽게 지워진 웃음사이로
흐르는 식은땀은 아픈 소금이 되어 버렸다.
‘회색빛
난만하는 최루탄
핏빛
신명나는 곤봉'
으로 물들어가는 진홍빛
소금이 얼굴에 스며들고 있었다.
속이 타 올랐다.
그 불을 잡으려고 숨을 헐떡이며 가쁘게 되내였다.
"너희는
이세대를본받지말고오직마음을
새롭게함으로변화를받아하나님의
선하시고기뻐하시고온전한뜻이무엇인지를
분별하..."
어지러이 맴돌았다
출구 없는 여정으로 들어와 헤맬수록
회칠한 유토피아의 미로에 갇히어 종내는
바람에날리는먼지로변화될것이라고,그렇게그렇게
알았던저들이결국은나였다.
아픈 아찔함에 놀라 손수건을 꺼내 얼굴을
닦았다. 땀이 없었다.
[결국] 소금땀은 최루의 바람을 타고
살 속으로 파고 들어
혈해(액)를 헤집고 다녔다.
독맞은 것처럼 비틀거리며
"...도록,,,하라" 를 간신히 마른 혀로 되내였다.
-97.3.4. 친구와 정권의, 최루탄같은 싸움에 휘말려들던 날.
안개 속으로
헤세의 '안개 속을 걷는 신비함이여'이란 시를
벨칸토 창법은 아니고 '가시리 가시리잇고'의 氣音으로
부르며 아침 안개를 환상처럼 걸었다
신선한 물안개로 희어진 세계
응어리 풀어진 사람의 마음처럼
저의는 사라지고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17번을 혀끝으로
튕기어 내는 이 신비함으로 굴드는 아니고 브렌델
나의 브렌델에게 전하며
3악장 템페스트의 폭풍을 전락이 아닌
인간 신뢰로 알았노라고 그래서 감사하노라고
비명을 질러보니 갑자기 허탈하여 진다.
그렇게 혀끝의 메마름이 느껴질 때가 되면
희어진 세계는 어느새 저 공간 속으로
시간 속으로 날아가 버리고
다시 목마름으로 신음하는 여기, 이 세계는
영원한 천국의 알레고리
즉시 사라진 희어진 세계가
그렇게 섬뜻함으로 돌아올 무렵
힘 빠진 '가시리잇고'는 이해할 수 없는 고려적의 노래
헤세는 구조화 시대의 내 무덤 속의 잠자는 방랑자
브렌델은 몽유병 환자같은 힘없는 환상인
그런 안개속의 신비함이여
내 영혼의 영원한 갈증, 꺼지지 않는 무저갱의 불길을
언제나 지나가실 그에게
다시 수가성에서 기다리는 이 힘겨운 고대를.
그러나, 게으르지 않고 신망애의 정조줄로 단장을 해야지.
-99.10.4, 안개 속을 걸어 등교하다가 헤세를 만나다
劒
내게 좌우로 날 선 이한
검을 주세요.
빛 아래에는 늘 징그러운
뱀이 있어요.
이 음지 동물은 늘 길목에
또아리를 틀고 날 기다려요.
아버지가 계실 땐
접근도 않더니 이제는
마음 놓고 살 위를 헤집고 다녀요
그 놈에게 칼 맛을 보여 주겠어요
그리고
그 놈을 보았던
눈을 뽑아 버리겠어요.
스쳤던 살을 도려내겠어요.
아, 그 놈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던 마음을 찌르겠어요.
아버지 검을 주세요.
스쳤던 몸뚱아리를 다 잘라서라도
당신에게 갈 수만 있다면 내
살들이 뼈가 되어도
그 뼈를 다시 깍겠나이다.
아, 아버지 검을 주세요.
-99.11.2. 뱀과 싸우다. 니가 죽든지 내가 죽든지
조명1
현대는 불꺼진 사회다
그 익명성과 시간차로 파생된
정보의 바다와 금융시장엔 오늘도
무개념의 개념을 쏟아내고 있다.
열매 없는 포도나무는 찍어 버릴 운명인
것을 도대체 모르는 현대와 그 종 현대인들은
choas와 self-organization을
무슨 복음처럼 세상에 뿌려대고 있다.
그 공격에 노출된 사람은 눈동자가 증발된 소경이 되어암흑인을 이끈다- 소경의 자유를 따르라!
좌충우돌하는 눈먼자의 진지한 가르침이
모든 현대에 모여들다
교회에도 또아리를 맺는다.
라오디아게아 교회의 안약 장사들
빛을 한 번도 보지 못한 그들의 시야에
보이는 성경은 또 하나의 익명성일 뿐이다
그러나 그들도, 전설처럼 불 꺼진 카타콤에서
성령의 불로 복음을 전하던 것을 알고
약간 놀라기도 하려나!
-99.9.10
조명2
빛
의
그림자
아래로
똬리 틀던
그 미끈한
놈이 아, 내 마음
휘젓고 다니어
먼지를 일으키고 상처 났던 가슴에
파고들었다. 그리고는 그 독기어린 이빨로
단단히 살들을 물고 늘어졌다. 아아아 버지 아...
아파요 아파요 아버지의 눈에서
슬픔이 떨어졌다. 흐르는 눈물
속으로 내 속의 슬픈 구름이 제 무게에
눌리어 함께 떨어지자 저 멀리서
신태양의 빛이 화살을 타고 날-아-
-온다순식간에, 그 빛이 똬리에 명중했다.
달콤한 살덩이를 막 넘길려는 차였는데,
흐르는 침을 어쩌지 못한 그 추한 놈은 또아리 풀린 체
떨어졌다.
빛살에 눅눅했던 음지가
바싹 말라 사막이 되니 아,
아! 갈 데 없어 헤매는 데 불쑥
전갈놈이 뱀머리를 물고 무저갱 속으로
소리 없이 사라진다.
-99.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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