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회사에서 풍경에 관한 미학 책(풍경학 입문)을 교정하면서 드는 생각이 있다. '조화'에 관해서이다.
인간의 눈은 계속해서 움직인다고 한다. 눈동자는 무비 카메라처럼 계속해서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상의 정보를 뇌에 전달한다는 것이다. 만약 눈동자가 움직이지 않아서, 사진 카메라처럼 정지되면, 눈은 본 것을 사진처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검은 상만 남게 된다고 한다. 즉, 눈은 계속해서 움직여야 시각의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눈은 또한 보고 싶은 것만을 본다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정보를 볼 때, 눈은 전경(foreground)과 배경(background)을 바로 구분해서 전경에 주시점을 두고, 배경은 주시점에서 이탈하여 흐려진다는 것이다. 만약 모든 것은 전경으로 보려고 한다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것 같지만, 그렇게 된다면 오히려 정보의 홍수로 인해 판단력이 정지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 전경과 배경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노을 비낀 산을 볼 때, 처음 눈이 산쪽을 행했다면, 노을과 그 위 하늘은 배경이 되고, 산은 전경이 된다. 그러나, 시선이 노을로 향하면 산은 전경에서 배경으로 옮겨간다.
자연은 이렇듯, 조화롭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눈은 자연스럽게 전경과 배경을 오가면서 시지각의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개적인 도시개발은, 이것을 가로 막고 있다. 즉, 전경과 배경을 고정화 시켜버려서 조화를 깨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전신주, 고층 빌딩. 도로의 철제 가드레일 등등은, 그 강렬한 형태로 인해, 늘 전경으로 고정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주위에 있는 것을 모두 배경으로 만들어 놓기 때문에, 우리의 눈은 그로 인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만는다는 것이다.
전경과 배경이 자연스럽게 교체되면서, 지각된 정보를 뇌로 보내야 하지만, 그것이 고정됨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정보가 왜곡된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좀 비약적이지만, 도시는 비인간적이 된다. 즉, 도시는 유기적인 생명을 잃기 때문에 물체화 되어 죽게 된다. 그 속에 사는 인간 역시 그 속에서 물체가 되어 소멸되게 된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런 도시를 '미개한 도시'라고 한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이 '미개한 도시'를 '조화의 도시'로 변모시켜야 한다고 한다. 조화의 도시란, 그렇다고, 자연을 일방적으로 모방한 도시는 아니다.
'조화의 도시'란, 인간의 내면속에 있는 조화미를 바탕으로 만을어진 도시를 말한다. 아마존 밀림 같은 원시의 자연공간은, 그래서 조화의 도시가 아니다. 이곳은 일종의 미개의 도시이다. 조화되지 않은 채 뒤죽박죽 쌓여져 있기 때문이다.
미개의 도시가 그런 곳이다. 이런 곳에서 인간은 살 수 없다. 마치 아마존 밀림에서 인간이 잘 수 없는 것처럼. 이런 곳에서 동물들은 tkf 수 있다. 그래서 미개의 도시는 동물이 살 곳이란 논리가 성립된다.
에드워즈 목사님의 'Of being'이라는 과학 에세이에서 '무(nothing)'에 관해서 말씀하시면서, '무'란 없다고 말씀하셨다. 왜냐하면, '무'라고 생각한 곳에는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공간과 '무'는 틀린 것이다. 공간이 '무'는 아니기 때문이다. 공간은 무한하고 영원하다. 따라서 무한하고 영원한 곳에 '무'란 존재할 수 없다. 그리고 공간은 곧 하나님이다.
그래서 공간은 조화로운 것이다. 이 조화로 인해, 인간은 살 수 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조화로우신 분이기 때문이다. 쉬운 예로, 인간의 장기의 조화를 들 수 있다. 인간의 내부 기관에도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도 조화가 있다. 그런데, 각기 장기가 자기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전체가 죽는다. 조화되지 않으면 죽는 것이다.
그 연장선상이 도시, 또는 세상이다. 그것을 덮고 있는 공간 위로는 조화가 있다. 이것을 거부할 경우, 그것은 조화의 힘에 의해 소멸된다. 소돔과 고모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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